제목: 1학년은 처음이야
글: 이신영 그림: 조승연
주제분류: 동화
출판연도: 2024
학교에서의 첫날이 두려운 아이, 눈물이 많은 아이, 배움이 느린 아이, 받아쓰기가 싫은 아이, 심부름 생각에 아침부터 가슴이 쿵쿵 뛰는 아이, 총 다섯 명의 1학년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서툴지만 한 걸음씩 천천히 나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상상의 세계와 엮어 쓴 이야기들이다.
1. 누구나 1학년은 처음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초등학교 1학년은 처음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아이의 생활 반경이 넓어집니다. 지켜야 할 규칙이 많아지고 해내야 할 것들도 더욱 많아집니다. 처음이니까 낯설고 서툰 것은 당연한데, 1학년 당사자는 두려운 마음, 초조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두려운 1학년의 마음에 공감해 주고 초조한 1학년의 마음에 위로를 건네줄 책이 《1학년은 처음이야》입니다. 다섯 명의 1학년 아이들 이야기를 엮었습니다.
<오늘부터 1학년>의 송이는 입학식에서 자신의 반과 담임 선생님을 잊어버립니다. 엄마의 도움으로 교실에 잘 찾아가고 선생님의 선생님이 처음 되던 날 실수했던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웃음 짓게 됩니다.
<고마워, 눈물!>의 동이는 학교에 가려고만 하면 눈물이 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참지 않고 실컷 울고 학교에 가니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습니다. 오늘은 울지 않고 학교에 왔다는 선생님의 칭찬에 이제는 학교 가는 게 기다려집니다.
<느린 아이>의 천이는 무엇이든 느리게 합니다. 학교도 느리게 가고 미술 시간에 그림도 천천히 그립니다.
천이는 거불이를 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어요.
"넌 좋겠다. 이렇게 느릿느릿 다녀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하니까."
(p52)
그러나 천이는 용기를 내어 선생님에게 말합니다.
"저는 천천히 해야 잘하는데, 자꾸 빨리하라고만 하니까 끝까지 할 수가 없어요."
(중략)(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저도 끝까지 하고 싶어요."
(p60)
아이들마다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어른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 때문에 나도 보르게 어린이를 재촉하게 됩니다. 그런 어른인 저에게 천이가 저도 끝까지 하고 싶어요 라는 아주 중요한 말을, 아주 소중한 마음을 전달해 줍니다.
이제 천이는 학교를 좋아해 보기로 했어요. 느려도 잘할 수 있는 게 있으니까요.
(p63)
이 부분도 좋았습니다. 한 번에 문제점을 극복하고 해피엔딩으로 갈 수는 없잖아요. 학교가 좋아졌다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좋아해 보기로 했다는 말도 천이라는 아이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받아쓰기왕>의 훈이는 받아쓰기를 싫어합니다. 그런 훈이에게 세종 대왕이 나타나고 세종대왕은 받아쓰기 공부 방법을 같이 고민해 줍니다. 사람마다 잘하는 게 다르듯 받아쓰기 연습 방법도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훈이는 더 이상 받아쓰기 공부가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심부름하는 날>의 진이는 학교에서 심부름을 해야 하는 날이면 아침부터 가슴이 쿵쿵 뜁니다. 그러나 한 번 심부름에 성공하고 나자 자신감이 생겨 그다음 심부름을 기다리게 됩니다.
1학년 아이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 많습니다. 다만 1학년 초반의 아이들이 읽기에는 글밥이 많습니다. 어른이 읽어주면서 함께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2~3학년은 충분히 혼자서 읽을 수 있을 정도의 글밥입니다. 2~3학년 아이들도 자신의 1학년 시절을 떠올리며 동화책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1학년은 처음이야》도 2~3학년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동화가 될 것 같습니다.
2. 상상의 세계와 엮어 쓴 1학년 아이들의 이야기
1학년의 학교생활을 다루고 1학년의 두려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동화는 꽤 많은데 《1학년은 처음이야》가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는 작가가 1학년 아이들의 이야기를 상상의 세계와 엮어 썼기 때문입니다. <고마워, 눈물!>의 동이는 울면서 학교 가는 길에 개미와 참새와 개구리와 온갖 작은 동물들을 만납니다. 동물들은 동이의 눈물로 몸을 씻고, 목을 축이고, 연못 물을 채웁니다. 동이의 눈물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순간입니다. 또 얼떨결에 동물들을 도와주던 동이가 교문 앞에서는 당차게 말합니다.
"미안, 난 빨리 들어가야 해! 눈물은 이따가 줄게. 여기는 학교야. 너희들은 들어오면 안 돼."
(p41)
물론 이것이 현실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현실의 아이들이 동이처럼 학교 가기 싫은 마음을 극복할 수는 없습니다. <느린 아이>의 천이는 교실에서 소변 실수를 하고 맙니다. 화장실에 앉아 교실에 가기 싫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교실에서 키우는 거북이가 천이 앞에 나타나 말해줍니다.
"느림보가 어때서? 나도 느림보야. 그래도 우리 할아버지는 그 빠르다는 토끼를 이겼다고."
(p56)
상상의 세계를 통해 어린이들이 '할 수 있다.'라는 마음과 '서툴러도 괜찮아.', '극복할 수 있어.'라는 마음을 얻는다면 그건 참 상상의 따뜻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또 때로는 상상이 정말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되어줍니다. <심부름 하는 날>의 진이는 상상 속의 토끼와 함께 했기에 혼자 심부름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른이 되어갈수록 상상의 친구도 잃어갑니다. 상상은 어린이만의 특권일 수도 있겠습니다.
주관적인 평점: ★★★★★ (초등학교 1~3학년에게 추천)
별 5개: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
별 3~4개: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
별 2개: 굳이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
별 1개: 나쁜 책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