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소금아이
저자: 이희영
주제분류: 청소년문학
출판연도: 2023
출생신고한 날이 수요일이라 이름 지어진 이수, 깨끗한 아이란 뜻의 세아는
1. 비밀이 너무 많은 이야기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은 '비밀이 너무 많은 이야기' 랄까요. 그런데 다 읽고 나니, 모든 비밀이 밝혀지고 깔끔하게 마무리지어지는 것에 놀랐어요. 제목의 의미도 다 이해하게 되었어요.
할머니는 해풍을 늘 소금 바람이라 불렀다. 소금기가 묻은 건 쉬 변하고 상한다고. 이수의 시선이 고춧가루에 무친 빨간 조개젓에 닿았다. 소금기가 묻은 건 빛이 쉬 바랠 수도, 반대로 형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도 있었다. 소금 바람이 할머니에게 남기고 간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앗아간 것은...... 문득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p10)
소금 바람이 할머니로부터 앗아간 것은 아들, 남기고 간 것은 이수가 아닐까요.
인간에게 받은 상처가 가장 아프고, 인간에게서 받은 위로가 가장 따뜻하다. 누군가의 한마디가 칼날이 되는가 하면, 누군가의 손길은 생명이 된다. 소름 끼치는 악행을 저지르는 것도 인간이요, 숭고한 희생을 감당하는 존재도 인간이다. (p228, 작가의 말 중)
소금이 무언가를 쉽게 상하게 하기도 하고, 반대로 형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게 하듯이, 사람이 사람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기도 하고, 사람이 사람에게 가장 따뜻한 위로를 주기도 합니다. 소금에서 이렇게 사람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소금의 비밀을 스스로 깨닫고 행동하는 이수가 대견하고, 이수가 그걸 알 수 있게 해 준 할머니께 감사합니다.
2. 가여운 사람들의 이야기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어쩜 이리 다 가여운가요... 양육자에게 당연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홀로 자란 이수와 세아. 이수는 그 무책임한 양육자 마저 잃었고 섬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습니다. 세아 역시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던 이모도 친구도 잃고, 진실을 밝혀내려다 도리어 소년원에 가게 됩니다. 이수와 세아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소라게가 되어 자신을 지킵니다. 고등학생이 감당하기에는 참 버거운 삶입니다. 진실을 가슴에 묻기로 한 6년 전부터 실수로 이수에게 모든 것을 말해버린 것을 안 순간부터 이수를 필사적으로 지키려 한 할머니의 모습에도 눈물이 납니다. 어쩌면 이수의 엄마도, 할머니의 아들도, 세아의 아버지도 다 가여운 사람일지도 모르죠. 가슴이 시리도록 아픈 이야기입니다.
3. 어두운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 담긴 희망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선과 악을 말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가해자 한 명에 너무 많은 피해자가 나온다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을 거야..."
"......"
"한 사람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도 있잖아." (p218)
저는 후자인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아니, 꼭 그런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이수와 세아의 이야기를 직접 경험하지 않고 활자를 통해 만나게 된 이야기임에 안도합니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 받았던 사랑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오늘도 이렇게 깨닫습니다.
이렇게 어두운 이야기라고? 이걸 청소년들이 읽는다고? 라고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하지만 숨죽여 눈물을 흘리며 책장을 덮었습니다. 차마 소리 내어 울 수도 없었습니다. 좋았던 책은 두 번씩 읽습니다. 스토리를 좇아가며 빠르게 한 번 읽고, 곱씹어가며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해 가며 또 한 번 읽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두 번 읽을 용기가 나지 않네요. 마음속에 가슴 시린 이야기로, 그러나 제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발견한 책으로 간직하고 싶습니다.
4. 다음에 읽어볼 책
읽어보고 싶은 이희영 작가님의 책이 많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