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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싱그러운 여름의 풋풋한 연애 소설, 완연한 여름처럼 성숙한 성장 소설

by 티북 2024.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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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저자: 이꽃님
주제분류: 청소년소설
출편연도: 2023

 5년 전 화재 사건 이후 원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들리는 유찬. 엄마의 암 투병으로 존재도 몰랐던 아빠와 같이 살게 된 하지오. 과거 유도의 도시였던 작은 마을 번영에서의 여름, 유찬은 화재 사건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고 하지오는 가족을 이해하며, 유찬과 하지오는 첫사랑의 두근거림을 느낀다.

 

1. 여름의 뜨거움과 청량함을 느낄 수 있는 소설

 저는 겨울보다 여름을 더 좋아합니다. 추운 것보다는 뜨거운 햇빛을 더 잘 견디고 여름의 개구리 소리와 매미 소리가 좋고 여름의 에너지도 좋아합니다. 무엇보다도 나무의 초록색이 좋고 거기에서 느껴지는 청량함이 좋습니다.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는 이런 이미지를 잘 묘사한 소설입니다.

 바람이 불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나뭇잎이 초록색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날은 아니었다. 어떤 잎은 아주 연한 연두색이었고 어떤 잎은 짙은 초록색이었다. 또 어떤 잎은 쨍한 초록색이었고 어떤 잎은 연둣빛이 사라져 가고 있었고 어떤 잎은 눈이 부시게 푸르렀다. 그 모든 잎들이 하나하나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때, 그 순간 유찬의 머리 위로 그토록 다양한 초록 잎들이 흔들리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 청량한 여름이 열일곱 유찬과 하지오의 첫사랑과 결부되며 마음을 간질입니다.

 그때도 매미 울음소리가 사방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잠을 청하려는 지금도 창밖 어디선가 아직 잠들지 않은 매미들이 울어 댄다. 어쩌지. 이제 매미 울음소리만 들어도 그애 생각이 나는데. 자꾸만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데. 나를 유찬과 함께 있던 그곳으로 불러들이는 매미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여름의 뜨거움 마저도 사랑의 이미지로 변신하는 이 책이 좋았습니다. 작가님의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머릿속에 그 장면이 자연스레 그려졌습니다.

구름이 자리를 옮기자 뜨거운 햇빛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그 뜨거움에 햇빛을 피해 숨던 유찬이 떠올랐다.

 

 제가 정말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백이진과 나희도가 수돗가에서 흠뻑 젖고 행복해하는 장면, 백이진과 나희도와 친구들이 바닷가에서 함께 놀던 장면도 떠오릅니다.

달려서인지 들떠서인지 아리송한 숨이 찼다. 바람이 불어와 초록의 잎사귀들이 몸을 비볐다. 여름의 한가운데였다.
(2화 엔딩)

 

"이 여름은 공짜야! 우리가 사자!"
"여름을 사자고?"
"응! 우리가 이 여름의 주인이 되는 거야. 그럼 적어도 이 여름은, 우리 거잖아." (10화)

 

 

2. 여름은 나무가 자라는 계절이듯, 사람도 자라나는 계절

 이 소설은 유찬과 하지오의 시점이 번갈아 서술됩니다. 서로에 대한 사랑이 싹트는 동시에 각자의 성장을 이뤄내기도 합니다. 

확실히 알겠다. 선함은 다른 사람까지 선하게 만들고야 만다는 것을. 

 

 지오에게는 엄마가 하나뿐인 가족이었고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엄마만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빠는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했고 아빠를 미워했습니다. 하지만 번영에서 번영의 사람들과 여름을 보내며 예전처럼 상처받고 아파하기만 하는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다는 것, 그래서 선한 영향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참 소중한 일인 것 같습니다. 또한 이것이 어른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지오는 점차 엄마의 선택도 아빠의 선택도 이해하게 됩니다. 엄마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도 생각해 보고, 엄마의 선택이 완전히 옳은 게 아니었을지라도 그때의 엄마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할머니는 말이 없다. 아니,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속마음을 듣지 않아도 이미 온 얼굴에 수십 마디 말들이 비친다. 할머니의 얼굴에 새겨진 주름은 안도가 되고, 고마움이 되며, 긴 시간의 용서가 된다.

 

 유찬은 5년 전 화재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분노만 가득했던 지난날과는 달리 용서를 택합니다. 그리고 할머니를 온전히 이해하게 됩니다. 유찬에게는 참 쉬운 일이 아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오와  유찬의 성장의 결실은 각각 달랐지만 성장의 과정은 비슷했습니다. 지오가 아줌마를 통해 선함의 영향력을 깨달았듯 유찬도 할머니의 선함으로 용서를 택할 수 있었습니다. 지오가 엄마와 아빠의 최선의 선택을 이해했듯 유찬도 할머니와 마을 사람들의 최선의 선택을 이해했습니다. 여름은 나무가 한창 자라나는 계절이듯, 사람도 자라나는 계절인가 봅니다.

 

 주관적인 평점: ★★★
★★★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
★★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
★ 굳이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
그러나 나쁜 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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