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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햄릿은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외로운 이였구나......

by 티북 2024.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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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햄릿
저자: 윌리엄 셰익스피어
주제분류: 희곡
출판연도: 1601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먼저 집필되었으며 가장 유명한 비극. 
 어느 날 갑자기 덴마크의 왕이 죽자 왕의 동생 클로디어스가 왕으로 즉위하고 선왕의 왕비 거트루드와 재혼한다. 햄릿 왕자는 유령이 된 아버지를 만나고 아버지가 동생에 의해 독살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햄릿은 복수를 위해 미친 척을 한다.

 

1. 햄릿은 왜 유명할까?

 《햄릿》은 7년 전쯤 읽고 이번에 다시 읽었어요. 저는 이 작품을 이해하는 것이 여전히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어떤 점을 보고 셰익스피어와 햄릿을 사랑하는지 이유는 찾지 못해지만 재독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이번에는 친구들과 함께 읽고 햄릿의 이모저모를 뜯어보고 더 깊게 이해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처럼 《햄릿》이 어려운 분들이 있다면 다른 사람과 함께 읽으면 좋고요, 혼자 읽는다면 이해가 잘 안 가더라도 우선 한 번 읽고 유튜브의 설민성 강독 풀버전을 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런 다음 한 번 더 천천히 읽으면 도움이 되실 거예요.

 《햄릿》에 대해서는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햄릿》은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며 인간의 존재 이유를 묻는 햄릿을 통해 진짜 인간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햄릿은 능력은 있으나 행동력은 없는, 셰익스피어가 생각하는 이상적이지 못한 리더상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흥미로웠던 사실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모티프가 《햄릿》이라는 점입니다. 심바 역시 햄릿처럼 자신의 존재에 대해 묻습니다. 

 

2. 햄릿의 이모저모

 민음사(최종철 옮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마셀러스: 이 나라 덴마크엔 무언가가 썩었어. (p42)
햄릿: 덴마크가 감옥이지! (p72)

 

 햄릿이 영국의 왕자가 아닌 덴마크의 왕자인 이유는 《햄릿》이 덴마크의 왕자 암레스(Amleth)의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극 중 대사로 살펴볼 때 덴마크의 상황이 매우 혼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령: 네가 이번 일에 움직이지 않는다면, 넌 망각의 강변에 편안히 뿌리 내린 무성한 잡초보다 더 둔할 것이니라. (p44)
유령: 허나 어떤 식으로 이번 일을 추진하든, 네 마음을 더럽히거나, 네 어미에 대한 계책을 꾸미진 말아라. (p46)

 

 처음에는 어떻게 아버지라는 사람이 아들에게 복수를 부추기고 파멸의 길로 이끌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당시에는 왕이 살해당한 것이 큰 문제이고 독살에 대한 복수를 하는 것이 가문에서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일로 여겼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햄릿이 복수를 위해 미친 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미쳤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유령과 대화를 나눈 것은 햄릿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클로디어스가 선왕을 죽인 것은 햄릿의 망상일 뿐인 것입니다. 물론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초반에는 햄릿이 복수를 위해 가짜로 미친 척을 하다가 나중에는(햄릿이 연극을 선보인 후 어머니와 대화하는 시점부터) 정말로 미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햄릿: 왜냐면 난 간은 콩알만 하고, 탄압을 쓰게 느낄 쓸개가 빠진 놈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p87)

 

 오늘날 햄릿은 우유부단의 대명사로 여겨지는데, 햄릿 본인도 자신의 우유부단함을 알고 있었나 봅니다.

 

왕: 내 왕관과, 내 야망과, 내 왕비를 아직도 소유하고 있으니까. (p123)
왕: 별이 궤도 밖으로 움직일 수 없듯이 나 또한 그녀 밖을 못 벗어나. (p126)

 

 클로디어스가 형, 그러니까 선왕을 살해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자면 그건 왕비가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 왕비의 재혼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시대상으로 이러한 가족 간의 결혼이 아주 없는 일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아들(햄릿)에게 일언반구 없이(생명의 위협 때문이라거나, 왕권강화를 위한 결혼이라거나) 남편(선왕)이 죽은 지 두 달 만에 남편의 동생과 재혼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렇기에 햄릿의 슬픔과 분노에 조금 더 공감이 되었습니다.

 

햄릿: 햄릿이 레어티즈에게 잘못해? 햄릿은 절대 아냐.
햄릿이 자기 자신과 분리되어 자기가 아닐 때 레어티즈에게 잘못하면, 그건 햄릿 짓이 아니라고.
햄릿은 그걸 부인하네. 그럼 누가 했지?
그의 광기야. 그렇다면 햄릿은 피해를 입은 쪽에 속한 거지. (p199)
레어티즈: 모후께선 독살됐소. 이젠 기운이 없소. 왕-왕의 책임입니다. (p204)
레어티즈: 용서를 나눕시다, 햄릿 왕자님.
저와 부친 죽음 그대 탓 아니고,
그대 죽음 또한 제 탓이 아니기를. (p205)

 

 햄릿이 복수의 기회를 놓친 것, 섣부르게 폴로니어스를 죽인 것,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것. 처음에는 뭐가 이렇게 충동적이고 어설프지?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젊은 나이의 패기와 어리석음 때문이겠거니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레어티즈와 클로디어스왕의 복수도 영 치밀하지가 못하고 어설퍼서 종래에는 다 파국을 맞이한다고 밖에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심신 미약을 주장하는 햄릿도, 죽어가면서 뒤늦게 용서를 나누자고 모든 것은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레어티즈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제 와서 그런 말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것은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왕비: 아니다, 아냐. 저 술, 저 술! 오 내 아들 햄릿! 저 술이다, 저 술. 저 술! 난 독살됐다. (p204)

 

 처음에는 왕비가 왕의 계략을 알고 햄릿의 잔을 가져간 줄 알았는데 왕비도 전혀 몰랐나 봅니다. 《햄릿》을 읽기 전에 《한여름 밤의 꿈》을 읽었는데 그때는 이 작품이 왜 희극일까 아리송했습니다. 그런데 《햄릿》을 읽고 나니 《한여름 밤의 꿈》은 희극이 확실하더군요. 한여름 밤(실제 극 중 배경은 한여름 밤이 아니라고 하지만.) 사이에 모든 갈등이 해결되고 날이 밝자 총 세 쌍이 결혼식을 올리니까요.

 분명한 건, 아버지는 살해당해, 어머니는 아버지의 동생과 결혼해, 친구라고 생각했던 로젠크란츠와 길든스턴도 사실은 나의 편이 아니었어, 나라는 혼란해... 햄릿은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외로운 이였구나... 햄릿이 가련하게 느껴졌습니다. 미쳤다고 해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상황 아닌가요?

 

왕: 내 말은 날아가고 생각만 남았구나. 생각 없는 빈 말은 절대 하늘 못 가는 법. (p126)
왕비: 죄의식은 서투른 걱정에 가득 차서, 엎지를까 겁내다가 스스로 엎지른다. (p151)
왕: 슬픔이란 첨병은 한 사람씩 오지 않고 대부대로 몰려오오. (p154)

 

 좋은 문장들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입니다.

 

3.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우리는 《햄릿》하면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대사를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그런데 민음사(최종철 옮김) 책에는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가장 유명하다고 생각되는 대사를 만나지 못하니 괜히 조금은 서운했습니다. 원어로는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입니다. "사느냐 죽느냐"도 "있음이냐 없음이냐"도 번역가가 최적의 말을 찾아 번역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럼과 동시에 외국 문학을 번역서로 읽는 이상 내가 그 문학을 온전히 향유하기는 어렵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서로 읽는다고 해도 모국어로 읽는 것만큼 깊이 있게 이해하기는 역시 어렵겠죠. 누군가는 한강 작가님의 《채식주의자》를 번역을 거치지 않고 온전히 읽고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작년 여름 알베르 카뮈의 《결혼, 여름》(김화영 옮김)을 읽어보겠다고 꽤나 고생을 했습니다. 그 이후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운 《결혼, 여름》(장소미 옮김)이 출간되었습니다. 장소미 옮김의 《결혼, 여름》은 다 읽어보지 못했으나 일부 김화영 옮김의 《결혼, 여름》과 비교하며 읽어보았을 때 장소미 옮김의 《결혼, 여름》이 비교적 읽기 쉬웠습니다. 읽기 쉽다는 것은 번역을 더 잘했다는 뜻일까, 혹시 원작이 훼손된 것은 아닐까 알 수가 없었습니다. 

 "To be or not to be"는 그렇게 저에게 수수께끼 같은 문장으로 남았습니다.

 

별점: ★★★
별 5개: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
별 3~4개: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
별 2개: 굳이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
별 1개: 그러나 나쁜 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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