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맛난이 채소
글: 백혜진, 그림: 시미씨
주제분류: 어린이문학 (초등 3~4학년 추천)
출판연도: 2023
울퉁불퉁 혹이 난 감자, 얼룩덜룩한 색깔에 모양도 제각각인 파프리카..... 예쁘지 않은 모든 것을 싫어하는 11살 연두가 '못난이 채소'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책. 건강한 먹거리와 자연환경, 겉모습에 가려진 진짜 모습을 말하는 책.
1. 먹기도 전에 버려지는 농산물의 양이 이렇게나 많다고?
매끈하고 빛깔 좋은 농산물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는 마트를 좋아합니다. 예쁜 채소들로 어떤 밥을 해 먹을까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집니다. 그런데 올봄에는 마켓컬리에서 제각각 달래를 구입하면서 못난이 채소의 매력을 알았습니다. 달래는 대체로 쫑쫑 썰어 반찬으로 해 먹습니다. 그래서 못난이 달래는 달래를 씻을 때의 수고로움을 조금만 감수하면 음식의 아름다움에는 아무 영향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양의 달래를 구입할 수 있었으니 달래 차돌 무침에 달래 국수까지 야무지게 봄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2019년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의 65%가, 2021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식품의 14%가 먹기도 전에 생산·유통 과정에서 버려진다고 합니다. 그 이유 중에는 크기, 상처 등 못생겼다는 이유로 판매되지 못하거나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버려지는 것입니다. 못난이 농산물은 맛과 영양소는 그대로인 채 개성이 강할 뿐,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2. 푸드 리퍼브: 못난이 농산물의 재탄생
이러한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하고 새로운 식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이 '푸드 리퍼브'입니다. 음식을 뜻하는 푸드(food)와 재탄생을 뜻하는 리퍼비시드(refurbishe)가 만나 탄생한 용어죠. 푸드 리퍼브를 실천하면 소비자는 동일한 가격으로 더 많은 양의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 고 농민은 폐기되는 농산물의 양은 줄이고 수익을 더 얻을 수 있습니다. 또 버려지는 농산물의 양이 줄어들면 음식물들이 썩을 때 발생하는 메탄가스 역시 줄어듭니다. 뿐만 아니라, 더 생산할 농산물의 양도 줄어들기 때문에 환경 보호에도 유익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마켓컬리나 쿠팡에서 또는 오프라인 마트에서도 못난이 농산물을 많이 만나볼 수 있고요, 못난이 농산물을 정기배송해 주는 '어글리어스 마켓' 서비스도 있습니다. 비건 뷰티 브랜드 '어글리 러블리'는 못난이 농산물을 이용해 만든 팩을 판매합니다.
3. 겉모습 속에 가려진 진짜 모습을 발견하게 하는 책
못난이 농산물과 푸드 리퍼브에 대한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이 책은 예쁜 것이라면 전부 다 좋아하고, 예쁘지 않은 모든 것을 싫어하는 11살 연두가 못난이 채소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연두는 열쇠고리와 스티커, 포장지 같은 예쁜 물건과 드라마 속 주인공 같은 멋진 현민이를 좋아합니다. 못난이 채소와 손톱 밑에 때가 있는 시온이를 싫어합니다.
그러나 못난이 당근의 밑부분이 왜 두 갈래로 벌어져있는지를 알게 되면서, 못난이 채소가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연두에게 '못난이 채소'는 '맛난이 채소'가 됩니다.
네 얘기 듣기 전까지는 이런거 보면 꼭 시든 것 같고 왠지 어러운 것 같고 그랬거든. 그런데 지금은 음, 멋진 옷을 입은 것 같기도 하고. (p66)
겉모습에 가려진 진짜 모습을 놓치는 일은 채소만 국한된 일은 아닙니다. 사람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시온이가 텃밭 박사, 자연 박사, 채소박사인 것을 알게 되면서, 시온이의 방은 엄청 깔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벌레를 좋아하는 현민이의 의외의 모습을 알게 되면서 연두는 한 뼘 성장합니다. 겉모습에 가려진 진짜 모습을 발견하게 되죠. 편견은 우리의 시선과 생각을 편협하게 만듭니다. 이 책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하며, 편견 없이 진짜 모습을 보게 하는 눈을 가지도록 도와줍니다.
4. 초등학교 3~4학년에게 추천하는 책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의 책이라 좋았습니다. 11살 연두의 학교생활과 식생활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일어날 법한 이야기입니다. 연두가 한 뼘 성장한 채로 이야기가 끝나서 흐뭇합니다. 밝은 분위기에는 시미씨의 그림이 한몫합니다. 비틀스의 애비로드 재킷 사진을 연상시키는 책 표지부터 좋습니다. 인사하는 오이와 두 다리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당근도 귀엽고, 흙이 잔뜩 묻은 시온이와 예쁘게 입은 연두의 모습이 대비되는 것도 좋습니다. 책 제목의 글씨체도 표지의 전체적인 파스텔 색감도 예쁩니다. 책 속 일러스트에도 생동감이 넘칩니다. 연두의 표정과 행동이 얼마나 잘 묘사되어 있는지요. 여기에 더해 농산물에 대한 바른 인식, 건강한 먹거리와 지구 환경, 윤리적 소비, 편견 없이 본래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습니다.
주관적인 평점 ★★★
- 초등학교 3~4학년에게 추천합니다.
- 먹는 것을 즐거워하는 어린이에게 추천합니다.
★★★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
★★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
★ 굳이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
그러나 나쁜 책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