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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음식 에세이

『재료의 산책』 요리책인듯 감성 에세이인듯

by 티북 2025.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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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재료의 산책

 

『재료의 산책』 -요나-

- 요리 / 324쪽

- 2018 출판

 

 잡지의 요리 코너 연재를 마치고 글들을 엮어 출간한 책이라고 한다. '재료의 산책'이라는 이름이 정말 예쁘게 느껴졌다. 달마다 제철 재료 한 가지와 요리법을 소개하고, 잡지를 펼친 사람들이 재료와 산책하는 듯한 가벼운 기분으로 계절을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이름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도 요리책인듯 에세이인듯 가벼운데 참 좋다. 책을 읽으면 재료에 대한 지식도 생기고 그 계절이 눈앞에 그려지는 기분이다. 요리 자체가 엄청 특별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계절마다 부담없이 해먹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재료에 집중할 수 있는 요리들이라고 느꼈다.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은 요리의 제목이었다. 요리의 제목이 문장이 될 수도 있구나, 나의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요리 재료에 대한 설명이 잘 나와있다.
버섯
요리 제목이 문장이다.

 

 소장하였다가 계절마다 펼쳐봐야 하나 생각이 든다. 작가는 성북구에 책 제목과 동명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카레: 카레 만드는 사람입니다』의 김민지 작가가 운영하는 카레집도 멀어서 자주 가지 못하는데 '재로의 산책'은 한 정거장 더 먼 성신여대입구역 근처에 있다. 거리의 장벽이 높기는 한데, 언젠가는 꼭 가봐야겠다. 예약은 필수라고 한다.

 

봄의 일기: 버섯 / 브로콜리 / 셀러리 / 아스파라거스 / 양상추 / 양파 / 냉이 / 쑥 / 딸기

여름의 일기: 가지 / 피망 / 주키니 / 토마토 / 두부 / 오이 / 부추 / 바질

가을의 일기: 고구마 / 연근 / 감자 / 단호박 / 우엉 / 여주 / 당근 / 귤 / 두유

겨울의 일기: 시금치 / 대파 / 무 / 양배추 / 아보카도 / 땅콩 / 낫토 / 병아리콩

 

우리나라는 일 년이 사계절로 나누어져 있어서 봄이 되어야 비로소 한 해가 시작되는 느낌이 든다. 여름이나 겨울만 있는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봄이 주는 설렘을 알까? (봄의 일기, p72)

 

채소라면 진저리는 치며 싫어하는 친구가 잇어 도대체 왜 그렇게 싫어하냐고 물었더니 채소에서 '정원의 맛'이 난다고 말했다. 집 마당을 입속에 가득 넣고 우물대는 것 같다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는데, 날카롭도록 정확한 표현이다. 채소 요리란 마당의 맛을 사랑스럽게 조리해내는가 그렇지 못하는가의 문제다. (여름의 일기, p26)

 

오이와 토마토와 가지를 넣어 여름을 볶다 (가을의 일기, p50)

 

어쩌면 요리가 어려운 이유는 재료를 멋들어지게 포장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긴장을 내려놓자. 재료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빛나는 선물이다. (가을의 일기,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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