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식당」, 박진배
- 음식에세이, 292쪽
- 2024년 출판
- 가독성: 셰프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편안하다. 앉은 자리에서 완독 가능.
- 한줄평: 한 주제에 대한 깊이는 얕지만 음식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된다는 것은 미식의 세계로 한 발짝 더 들어가게 되는 것.
챕터1에서는 작가가 외식산업 연구와 레스토랑 프로젝트를 위한 답사 장소 중 인상 깊었던 곳을 소개한다. 독자는 그 특정 식당을 경험해보지 못했고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주관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보니 공감이 조금 어려웠다.
챕터2에서는 감자튀김, 베이글,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등과 같은 친숙한 음식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먹어본 음식에 대한 이야기라 몰입감이 더 높고 음식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서점에서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책 표지를 보았다. 진짜 있는 음식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낭만식당」의 차례 속에서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를 만났다. 이 책을 읽으며 다양한 음식을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다. 절반은 레스토랑 이야기이고, 레스토랑 또는 음식 하나당 세 페이지에서 다섯 페이지 정도의 분량이다. 깊이가 부족해 아쉽지만 앞으로 이 책에 나온 음식을 먹을 때마다 이 책의 내용이 생각날 것 같다.
<알게된 것>
1. 캘리포니아 롤은 밴쿠버에서 시작되었다.
히데카즈 도조는 밴쿠버로 이민 간 오사카 출신의 셰프다. 그는 현지인들이 김 냄새를 참지 못하고 밥에서 김을 벗겨 내는 장면을 자주 보고는 김을 안을 넣고 밥알을 겉으로 싸서 김 냄새를 없앴다. 그리고 캐나다인의 취향에 맞춰 게살, 오이, 아보카도를 소로 넣었다. 1974년 탄생한 이 메뉴는 당시 밴쿠버를 자주 오가던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비즈니스맨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알려지기 시작했고 얼마 후 로스앤젤레스와 캘리포니아 일대의 일식당에 이 메뉴가 등장했다.
캘리포니아 롤은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메뉴 개발 사례 중 하나다. 미국인들이 먹는 다른 나라 음식 중 피자와 함께 보편적인 인기를 누리는 음식이다. 유럽과 멕시코 여행 중 만난 일식당에서의 스시는 다 롤로 통했던 기억이 있다. 한 나라의 문화가 변형되어 다른 나라에 이렇게 안정적으로 정착하였다는 것이 재밌다.
2. 프렌치 프라이는 벨기에에서 시작되었다.
정식 명칭 '폼 프리트(Pomme Frites)'는 프랑스어로 '튀긴 사과'라는 뜻이다. 예로부 유럽에서는 감자를 '흙에서 나오는 사과'라고 표현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미군이 프랑스어를 쓰는 벨기에 병사들에게 감자튀김을 얻어먹었고, 전쟁 후 본국으로 돌아와서 그 맛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그렇게 감자튀김은 미국에 수입이 되었는데 프랑스어라서 다들 프랑스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또 발음하기 힘든 폼 프리트를 대신해 프렌치프라이로 불리게 되었다.
전통적인 폼 프리트는 냉동감자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고 생감자를 두 번 튀긴다. 케첩을 뿌려 먹는 미국식 프렌치프라이와 달리 식초나 마요네즈에 찍어 먹고 간혹 겨자를 치거나 생양파나 고추, 치즈 등의 토핑을 얹기도 한다.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벨기에에서 폼 프리트가 시작되었는데 왜 폼 프리트는 프랑스어일까? 찾아보니 폼 프리트의 원조가 프랑스냐 벨기에냐 하는 논쟁이 있기는 하다.
3. 영국에는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소사이티'가 있다.
작가 윌리엄 서머싯 몸은 "영국에서 잘 먹으려면 하루 동안 아침을 세 끼 먹으면 된다."라고 말했다.
사실 영국 귀족들은 아침 식사를 잘 챙겨먹지 않았다. 특별한 일과가 없었으므로 아침을 든든히 챙겨 먹을 이유가 없었다. 단지 집에 손님이 있을 때 손님을 한대할 겸 또 잘사는 걸 은근히 드러내기 위해 온갖 산해진미를 고급 식기와 함께 뷔페 스타일로 준비했다. 대저택일지라도 저녁과 달리 하인들이 일일이 식사를 챙겨주지 않고, 손님이 편한 시간에 일어나서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었다. 그 전통이 오늘날 호텔 아침 식사 뷔페로 이어졌다. 다만 기혼 여성은 배려 차원에서 하인이 차린 음식을 방으로 가져다줬는데 화장을 하지 않은 채 아침을 먹을 수 있는 특권이었다. 이 전통은 오늘날 룸서비스의 기원이 되었다.
영국에는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소사이어티'가 있다. 아침 식사의 전통과 역사를 존중하고 연구하는 모임으로 그 역사가 백년이 넘었다. 이 단체는 아침 식사의 기원과 발달, 레시피 등과 관련된 문화를 기록한다. 아침 식사를 연구하는 모임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전통을 이어가려는 노력을 이렇게 배운다.
4.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진짜 있는 음식이다.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이름 그대로 덜 익은 푸르스름한 토마토를 썰어 밀가루 반죽과 옥수숫가루에 묻혀 튀겨낸다. 첫서리가 올 때까지도ㄴ 익지 않은 토마토들을 활용하기 위해서 고안된 요리법이다. 바삭한 표면을 깨물면 터지는 토마토즙에 겉바속촉을 느낄 수 있으며 설익은 야채의 떫은맛과 지방의 느끼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고 한다.
1987년 발간된 미국 소설「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발간 직후 36주 동안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영화 흥행과 함께 미국 남부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레스토랑이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를 메뉴에 넣기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북동부와 중서부 지방의 음식이다. 그렇다면 미국 어디를 가도 대체로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를 맛볼 수 있다는 거네? 좋은걸!
5. 토스카나의 빵에는 소금이 들어가지 않는다.
토스카나 지역의 빵에 소금이 들어가지 않는 이유 중 가장 유력한 설은 12세기 무렵 경쟁 도시 피사와의 분쟁 때문이다. 소금을 싣고 아르노강을 따라 피렌체로 들어가는 배의 통행을 강 하구에 있는 피사가 일방적으로 막아버린 사건이다. 이때 피사는 피렌체로 들어가는 소금에 고애그이 통행세를 요구했다. 피렌체의 소금은 값이 치솟았고 이에 대항해 피렌체의 제빵사들은 소금을 빼고 빵 반죽을 빚기 시작했다. 영국의 과도한 과헤에 항의해 무역선을 습격해 차 상자를 버린 미국의 '보스턴 차 사건'과 유사한 맥락이다,
소금기가 없는 빵은 금세 말라버린다. 자연스레 딱딱하게 굳은 빵을 활용할 수 있는 파파 알 포모도로, 브루스케타와 같은요리들이 개발되었다. 파스타의 비중이 높아 탄수화물 함량이 충분한 이탈리아 요리에서 빵은 맛의 균형을 맞추는 보조제일 뿐이다. 바게트나 크루아상처럼 식사를 대신하는 빵으로서 그 자체의 맛과 질감이 중요한 프랑스의 빵들과 다르다.
그래서 칸투치니가 딱딱하고 맛이 없었나 했지만, 찾아보니 칸투치니는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두 번 구워서 그런 것 같다. 생각해보니 토스카나의 빵에 소금이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슈퍼마켓 vol.3 이탈리아 피렌체」에서도 읽었다. 서로 다른 책에서 읽은 지식들이 연결되는 경험이다.
6. 공기가 맛의 비밀이다.
잎채소를 뒤집어서 쌈을 싸면 거칠고 울퉁불퉁한 삼 채소의 뒷면 때문에 잎 표면과 밥 사이에 틈이 더 생기고 공기가 더 들어간다. 그 상태에서 쌈을 씹으면 채소가 찢어지면서 밥알이 불규칙하게 입안을 떠돌고 공기과의 접촉이 쌈의 맛을 최대한으로 끓어올린다. 밥에 김을 싸 먹을 때밥과 김 사이에 공간을 크게 만들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초밥을 쥐는 몇 초의 순간에 숟가락으로 밥알 사이에 공기를 주입하여 입안에 밥알이 흩어지게 만들고, 샌드위치를 만들 때, 햄, 치즈, 상추를 포개지 않고, 하나하나 둥글게 구부려 접고 쌓으면 맛이 훨씬 좋다.
다음에 쌈 싸먹을 때는 꼭 이렇게 해 봐야지.
'독서 기록 > 음식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료의 산책』 요리책인듯 감성 에세이인듯 (0) | 2025.04.2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