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
저자: 범유진
주제분류: 청소년 문학
출판연도: 2021
이루다는 아빠와의 다툼 끝에 집을 나와 청소년 쉼터에서 지낸다. 이루다는 이서우를 찾아달라는 아름편의점 주인 할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편의점 레시피 대회를 연다. 이루다가 단 것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매일 슈크림빵을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할아버지가 찾는 짭쪼름하고, 후루룩 잘 넘어가고, 감칠맛이 있는 음식은 무엇일까?
1. 청소년을 위한 소설
쿨하게, 고양이처럼 도도하게 혼자 살 거다. (p7, 첫 문장)
저의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려 보면 정말 공감가는 첫 문장입니다. 주인공처럼 특별한 사건을 겪은 것도 아닌데 저도 그런 생각을 했다면, 다른 많은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 역시 이 소설에 공감할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가족을 잃은 슬픔, 가족과의 관계, 가출 청소년과 청소년 쉼터, 학교 부적응, 친구관계, 편견, 기성세대와의 갈등을 모두 다루고 있습니다. 그 많은 이야기가 섞여있음에도 혼란스럽지 않고, 하나의 소설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편의점 음식을 매개로 맛깔스럽게 진행됩니다. 편의점 레시피가 사람 사람을 이어주고 상처를 치유해 줍니다. 세상이 부조리하다고 느끼는 청소년이,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청소년이 읽으면 헛헛한 마음이 채워질 것 같습니다.
어른들은 늘 그렇다. 자기들이 잘못해 놓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안 하고 넘어가려 한다.
미안하다는 말을. (p42)
"버티세요. 버티다 보면 과거가 좋은 기억이 되는 날이 올 거예요." (p183)
2. 맛깔스러운 소설
예쁜 색감의 표지에 편의점 음식이 잔뜩 그려진 표지에 이끌려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소설 속에서도 편의점 레시피를 매개로 상처와 회복의 과정이 그려집니다. 단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돌아가신 엄마를 떠올리며 슈크림빵을 먹는 루다, 재료가 따로 노는 것 같은 부대찌개를 먹을 때 할아버지가 해 주신 위로, 이서우를 버티게 한 토마토 된장찌개... 정말 맛깔스러운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이 모든 레시피가 편의점 음식으로 만들어진다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슈크림 타임'이라는 말이 정말 달콤하다고 느끼는 한편, 주인공의 상황을 생각하면 마음 한 켠이 아려오는 말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엄마는 슈크림을 좋아했다.
"슈크림을 먹으면 행복해져.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슈크림 타임'을 가지면 화도 걱정도 다 달콤함 속에 녹아서 사라지는 것 같아."
나는 슈크림빵은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슈크림을 세상 행복하게 먹는 엄마를 보는 건 좋아했다. (p83)
"티라미수가 그런 뜻이래. 나를 끌어 올려 주는 맛, 기분을 좋게 해 주는 맛이라는 뜻." (p171)
이 소설에 나오는 쌀국수 컵달걀찜, 두부 티라미수는 저도 궁금해졌습니다. 레시피를 적어두었다가 해 먹어봐야겠습니다.
3. 그 외 생각들
- <겨울왕국>을 보면서 어른들은 한스가 빌런이라는 것을 진즉 눈치챘다죠. 저는 이 책을 읽으며 할아버지가 찾는 이서우가 누구인지 진즉 추측이 가능했습니다.
- 비유적 표현이 많이 나옵니다. 딱 이 책을 읽을 나이쯤 그런 문체를 참 좋아했었는데 말이죠.
- 책에 등장하는 학부 선생님은 제가 학교 다닐 때의 학부 선생님 혹은 그보다 더 전 세대의 학부 선생님의 모습인데, 아직도 그런가요? 두발 자유화도 제가 학교 다니던 때에 이미 시작되었는데요. '너무 옛날 학교의 모습 아닌가?' 하고 고개가 갸우뚱거려졌습니다.
- 아름 편의점 사장님 같은 인품을 가진 진정한 어른으로 늙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 청소년의 사랑 이야기에도 마음이 간질간질 해질 수 있군요.
"그래서, 반했어?"
"무슨 소리야. 반한 건 처음부터 그랬는데?"
순간 숟가락을 그릇 안으로 떨어뜨릴 뻔했다.
'혹시 이게, 썸?'
열여섯 해를 살면서,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달콤함이었다.
(p134)
주관적인 평점 ★★☆
★★★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
★★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
★ 굳이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
그러나 나쁜 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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