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파 그림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마드리드에서의 안식처가 되어줄 곳


Museo Nacional Thyssen-Bornemisza
개인으로는 세계 2위 예술품 수집가인 티센보르네미사 남작 부자가 1920년부터 수집한 컬렉션을 바탕으로 전시하는 미술관이다. (1위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중세부터 20세기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어, 서양 미술사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프라도 미술관과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과 함께 마드리드 ‘예술 삼각지대’를 이루는 주요 미술관 중 하나다.
- 월요일 12:00 pm~4:00 pm, 화~일 10:00 am~7:00 pm
- 입장료: 14유로 / 국제교사증 무료입장
- 무료입장: 월요일 (시기에 따라 변동 있음)
- 1월 평일 기준 사전예약 필요 없음, 마드리드 미술관 중 한산한 편
- 2층>1층>0층 방 번호 순서대로 관람하기
- 2시간 30분 이상 소요
- cloak room 있음
- 사진 촬영 가능


종교 회화에 관심이 없는 나는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을 가장 기대했다.
10시 오픈하자마자 방문했고 확실히 오픈 때가 사람이 적은 건 사실이지만 마드리드 미술관 중 가장 한산하기 때문에 오픈 때에 안 맞춰 가도 상관없을 것 같다.
오픈에 맞춰서 들어갔다면 가장 먼저 로비에서 사진을 찍고, 2층>1층>0층 순서(시대순서)로 관람하면 된다.
2층: 17~19세기 작품들
-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작품들
-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화풍, 고딕과 바로크가 한 공간에 어우러져 있어 미술사적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1층: 19세기 유럽 회화
- 로맨티시즘,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작품들
- 반 고흐, 모네, 드가의 작품이 있다.
0층: 카르멘 티센(티센 보르네미사의 아내)의 컬렉션
대표 작품들
2층~1층

기를란다요는 메디치 가문 시대에 활동한 화가로, 종교 그림을 현실 사람들처럼 생생하게 표현했다. 미켈란젤로의 스승으로 미켈란젤로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 귀족 여성의 초상화에서는 깨끗한 얼굴선, 정교한 드레스와 장신구, 차분한 표정 속에서 르네상스 초상화의 현실적이면서도 이상화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마치 SNS 프로필 사진 같다. 옷의 장식을 이렇게 섬세하게 그렸다는 것에 정말 놀랐다.

좋은 그림은 딱 알아보게 되어있다.
15~17세기 그림들은 거의 노룩패스로 일관하다시피 하던 중 한 그림에 시선이 계속 머물렀는데, 무리요의 그림이었다.
무리요는 스페인 바로크 시대 대표 화가다(17세기 중후반). 부드럽고 온화한 색채를 사용하여 인물의 따뜻한 표정을 묘사한 화가로 유명하다. 그의 그림에는 천사나 아기 예수, 아이들이 많이 등장한다.
무리요의 그림은 프라도 미술관에서도 더 만나볼 수 있다.


빛을 너무도 잘 묘사한 그림들이 인상 깊었다.

프란시스코 데 고야는 스페인을 여행하며 자주 만날 화가다. 왕실 초상화와 종교화, 풍자적인 사회 풍경까지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고야의 티오 파케테(Tío Paquete)는 19세기 초 마드리드 거리에서 유명했던 맹인 음악가를 그린 작품이다.
어쩐지 눈을 감고 있더라. 그럼에도 인간적인 따스함이 얼굴 가득 드러난다. 그런데 그림 속 얼굴은 배경 속에서 흐릿하게 뭉개져 경계가 분명치 않고 거기서 묘한 불안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드가의 작품임은 설명을 읽지 않아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드가는 움직임의 순간을 포착했던 인상주의 화가다.
무용수가 점프를 뛰고 나면 청록색의 우아한 드레스에서 금박 장식도 춤추듯 팔랑팔랑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다.
구아슈와 파스텔로 표현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만져볼 수 있는 그림이 함께 전시되어 있어 찍어보았다.

반 고흐의 작품은 임파스토 기법 덕분에 오리지널 작품 자체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작품 같다. 실제로 만져보지는 못하겠지만.
굵고 생동감 있는 붓질이 그림 속 색과 감정을 손끝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준다.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고흐의 에너지와 감정이 전해져, 마치 작품과 물리적으로 교감하는 느낌이다.

에곤 쉴레가 풍경화도 그렸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풍경 속 집들은 어둡고 음울한데, 동시에 어디선가 시선을 느낄 것만 같은 긴장감이 있다. 마치 집집마다 눈이 달린 것처럼, 작품 전체가 살아 있는 듯하다.
에곤 쉴레는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로 1890~1918년 활동했으며,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에요. 주로 인체와 초상을 과감하게 왜곡하고 날카로운 선과 강렬한 색채로 감정을 드러내는 작품을 그렸습니다. 짧은 생애 동안 인간의 내면, 성, 죽음, 고독 같은 강렬한 심리적 주제를 탐구하며, 독창적이고 도발적인 그림 세계를 완성했어요.

같은 연도에 그린 작품들이다. 하나의 그림을 다양하게 연구했구나 싶다.

어...딜... 봐서 Seated Womand인거지...?
난해한 그림도, 그래서 피카소의 그림도 좋아하지 않지만, 결국 레이나 소피아 왕립 미술관의 게르니카 앞에서는 울어버렸다.
이후 스페인 여행을 계속하며 피카소가 궁금해졌다.

스위스 화가 파울 클레(1879~1940)는 색과 선, 기하학적 형태로 꿈과 상상, 감정을 시각화한 예술가다.
풍경화를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마치 조각보 같은 느낌이다. 나무와 집, 길 하나하나가 색과 선으로 간결하게 그려져 있지만, 전체를 보면 한 장의 살아 있는 풍경으로 완성된다.

1963년 리히텐슈타인이 그린 Woman in Bath는 목욕하는 여성을 팝아트 특유의 만화적 스타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대담한 원색과 굵은 선, 도트 질감은 만화의 시각 언어를 순수 미술로 끌어오며, 일상적 일면을 예술적으로 재구성한다.

처음 보는 작가의 처음 보는 그림인데, 그림에 한국어 신문 이미지가 보인다. 그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데 인터넷 서치로는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AI에게 물어봐도 환각현상으로 거짓말만 늘어놓으니...
그림에서 굉장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러나 그 에너지는 단순히 활기찬 것이 아니라, 어딘가 기괴하고 낯선 힘이 느껴진다.

이게 아크릴화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포토 리얼리즘 작가라고 한다.
홍콩의 거리를 그린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그린 것이었다.
그런데 또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이라고 하니 느낌은 맞아떨어졌다.

멀리서 봐도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다.
에드워드 호퍼는 미국 현대 회화의 거장으로, 일상의 공간 속에 인간의 고독과 정적 긴장감을 담아낸다. 호텔 방, 카페, 거리 풍경 속 인물들은 소소한 순간 속에서도 심리적 깊이와 몰입감을 전달하며, 빛과 그림자를 통한 절제된 분위기 표현이 그의 작품의 큰 매력이다.
이 그림에서도 역시 호퍼 특유의 고립감과 정적인 긴장감이 느껴진다. 호텔 방 안, 한 여성을 중심으로 한 장면이 담겨 있지만, 나에게 호텔은 하얗고 편안한 공간, 김영하 작가님이 『여행의 이유』 말한 '일상의 근심 없는 곳'과 비슷한 이미지다. 그런데 호퍼의 호텔 방은 늘 근심과 긴장이 서린 공간이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속 모텔 같기도 하다.

0층
입구로 들어온 층이자 매표소가 있는 층이 0층이다. 0층에 인상파 그림이 많아서 나는 0층을 가장 재미있게 봤다.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감상하며 이전에 갔던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떠올렸다.

또는, 곧 가게 될 도시 론다를 미리 만나는 기분도 들었기도 했다. 그림 속 하얀 건물들은 내가 상상해 온 론다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지만, 이후 실제로 마주한 론다는 그야말로 눈부시게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이는 안달루시아 도시들이 지닌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론다의 골목을 걸을 때, 자연스럽게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에서 보았던 디 작품이 떠올랐다.
이 작품의 작가 Childe Hassam은 '미국의 모네'라는 별명을 얻은 화가다. 파리에서 인상주의를 배워 뉴욕과 보스턴의 거리 풍경을 중심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또는, 곧 가게 될 도시 론다를 미리 만나는 기분도 들었다. 그림 속 하얀 건물들은 내가 상상해온 론다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지만, 이후 실제로 마주한 론다는 그야말로 눈부시게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물론 화가가 거짓을 그렸을 리는 없겠지만.) 이는 안달루시아 도시들이 지닌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론다의 골목을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에서 보았던 한 작품이 떠올랐다.
밝은 색채와 경쾌한 선율을 떠올리게 하는 화풍으로 나는 라울 뒤피의 그림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내가 익히 알던 그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라울 뒤피는 1901년 살롱 데 자르 데스트 프랑스에 작품을 출품했고, 1905년경 앙리 마티스의 영향을 받아 포비즘으로 전환했다. 이후 밝은 색채와 리듬감 있는 표현으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화풍을 확립해 나갔다고 한다(네이버 지식백과 미술대사전, 라울 뒤피). 그렇다면 이 그림은, 그만의 개성이 완전히 자리 잡기 이전에 그려진 작품일 것이다.
미술관을 찾는 즐거움은 바로 이런 데 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화가의 또 다른 시기, 낯설고도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과 비슷한 인상을 받았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빛과 어둠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장면 속에서, 거울은 보이지 않는 저 너머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작가 줄리안 오피의 작품도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작품에서 레이어를 발견하여 메모해 두고 여행 후 검색해 보았다. 작가는 밑그림을 캔버스에 전사하고 비닐 소재의 레이어를 컴퓨터로 재단해 화면에 덧씌우는 작업 방식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작품 설명에 'vinilo sobre bastidor de madera'라고 적혀있다. 줄리안 오피의 그림은 굉장히 단순해 보이지만 실은 오차 없이 정확하게 설계된 그림이구나 싶었다.

Thunder Smash라는 제목이 참 잘 어울린다. 빛이 반사되는 표면과 과장된 색감이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상파 그림을 좋아한다면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은 꼭 찾아가야 할 곳이다. 인상파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은 물론, 미술사의 흐름을 가볍게 훑어볼 수 있는 훌륭한 미술관이기도 하다. 개인의 소장품만으로 이처럼 방대한 컬렉션을 이뤄냈다는 사실 또한 놀랍다.
평소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오디오 가이드 없이도 두 시간 이상 충분히 알차게 관람할 수 있다.
관람을 마친 뒤에는 근처 Casa Mortero에서 근사한 점심을 즐기며 지친 두 다리를 천천히 쉬어주었다.
↓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 전후로 가면 좋은 레스토랑, Casa Mort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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