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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하는 음식: 아니요, 그건 빼주세요》 하나 정도는 마음껏 싫어해도 되지 않을까요?

by 티북 2024.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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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싫어하는 음식: 아니요, 그건 빼주세요
저자: 김겨울, 고수리, 김민철, 신지민, 윤이나, 한은형, 안서영, 하현, 서효인, 김미정, 이수희, 정의석, 임진아, 김현민, 호원숙, 정연주, 박찬일, 김지혜, 이재호, 김민지, 허윤선, 봉달호
주제분류: 음식에세이
출판연도: 2022

"세상에 음식은 많고, 하나 정도는 마음껏 싫어해도 되지 않을까요?"
띵 시리즈 작가 22인이 한 가지씩 꼽은 싫어하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 모음이다.

 

1. 좋아하는 음식이 아닌 싫어하는 음식에 대한 책이라고?

 보통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에 대해 책을 씁니다. 띵 시리즈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오히려 작가가 열렬히 좋아하는 음식 한 가지를 주제로 쓴 책들이 띵 시리즈입니다. 그런데 띵 시리즈 열일곱 번째 책 《싫어하는 음식: 아니요, 그건 빼주세요》는 조금 다릅니다. 아니, 많이 다릅니다. 싫어하는 음식에 대한 책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을 기숙사에서 보냈습니다. 아침 메뉴에 홍시가 나올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친구는 "나는 홍시를 안 좋아해."라고 말했습니다. 홍시를 정말 좋아했던 저는 "왜? 왜 홍시가 싫어?"라고 물었고, 친구는 "싫어하는데 이유가 어딨어."라고 말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다른 사람은 싫어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이 싫어하는 이유라는 것은 의아했습니다. 저에게는 부드럽고 달콤하고 말캉쫀득한 부분이 있는 홍시가 정말 맛있는 음식이었으니까요.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쉽지만 싫어하는 음식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요?

 이 기억이 떠오르며 싫어하는 음식에 대한 책이 세상에 나온 계기가 궁금했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싫어할까 궁금하였습니다. Marketer's Letter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세상에 음식은 많고, 하나 정도는 마음껏 싫어해도 되지 않을까요? 싫어하는 음식에 대한 조금은 비뚤어진 신념, 거기엔 나름의 사연과 철학이 숨겨져 있습니다. 

 

하나 정도는 마음껏 싫어해도 되지 않을까요?라는 말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하고, 특히 다양한 음식을 시도해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인지 대체로 가리는 것 없이 잘 먹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한때는 당근도 가지도 고수도, 이제는 정말 좋아합니다. 그러나 한때는 당근을, 가지를, 고수를 열렬히 싫어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2. 그래서 띵 시리즈 작가들이 싫어하는 음식은?

 이 책의 부제 '아니요, 그건 빼주세요.'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고수입니다. 지금은 베란다에서 키워먹고, 쌀국수집에서 추가금을 받으면 아쉬워할 정도로 좋아하는 고수이지만, 한때는 해외여행에서 '부야오샹차이'를 열심히 외치고 다니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의 첫인상과는 다르게 이 책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싫어하는 음식보다는 소수가 싫어하는 의외의 음식이나 호불호가 강한 음식을 다룹니다.

 〈단짠 말고 짠짠〉을 쓴 김겨울 작가는 단 음식을 싫어합니다. 단 음식을 좋아하지만 건강을 위해 힘겹게 자제하는 저를 생각하면 참 부러운 일입니다. 〈단호하게, 유갑입니다〉의 고수리 작가는 민트초코를 싫어합니다. 초콜릿은 좋지만 민트초코는 싫은 이유를 민트초코의 맛과 색을 아주 감각적으로 설명하며 말하는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민트초코를 아주 좋아하지도 아주 싫어하지도 않는 사람이지만, 고수리 작가가 민트초코를 싫어하는 이유를 책을 읽고 아주 납득하고야 말았습니다. 꼭 한 가지의 음식이 아닌 식생활의 한 부분을 싫어하는 것으로 꼽은 작가도 있습니다. 〈낯가림을 다지는 법, 아시나요〉의 김민철 작가는 회식을, 〈나만 아는 맛집 같은 건 세상에 없겠지만〉의 안서영 작가는 줄 서서 먹는 맛집을 싫어하는 것으로 꼽았습니다. 서효인 작가의 〈어른은 어른답게, 아이는 아이답게〉를 읽으면서는 노키즈존 식당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의 하현 작가가 마트에서 파인애플 손질 알바를 하며 기다리는 손님에게 하와이안 피자 이야기를 꺼내자 손님들이 하와이안 피자 이야기에 빠져 파인애플 손질을 재촉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하현 작가에게 하와이안 피자는 싫어하는 음식이지만 고마운 음식이라고 합니다. 〈제발 나를 내버려둬〉의 정연주 작가는 회를 싫어합니다. 초심자를 위한 회라며 아부리 초밥, 연어회, 포케를 단계별로 설명하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싫어하는 음식이 있다는 것을 편식하는 것으로 보고 왜 싫어하냐면 의아하게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조금이나마 피하기 위한 작가의 부단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냥 억지로 먹으라고 강요하지만 마세요. 옆에서 메추리알 까고 있을 테니까.

 

 홍시가 왜 싫냐고 물어보던 고등학생의 저의 모습을 반성하게 되는 대목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각 작가들의 싫어하는 음식에 공감하고, 나에게는 맛있는 음식인데 싫어한다고 하니 안타까워하기도 하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책을 덮고 나서는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과 가치관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가볍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주관적인 추천지수: ★★★☆☆
별 5개: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
별3~4개: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
별 2개: 굳이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
별 1개: 나쁜 책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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