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싱가포르 건축 여행
저자: 비비시스터즈
주제분류: 여행
출판연도: 2022
싱가포르 최초의 한국어 워킹투어 회사인 '비비시스터즈 워킹투어'의 비비시스터즈가 낸 책이다. 건축을 통해 싱가포르의 역사와 문화를 탐구하는 책이다.
1. 알면 알수록 보인다
이 책은 '알면 알수록 보인다'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친구들과 첫 해외여행을 유럽으로 떠났고 많은 첫 유럽 여행자들이 그렇듯 저도 영국에서 시작하여 프랑스, 독일에 갔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국가는 남들과 조금은 다르게 체코였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스크랩해 두었던 신문 기사의 프라하의 빨간 지붕들을 꼭 실제로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부푼 기대를 안고 있었냐 하면 《프라하 이야기》 책을 구입하여 정독하고 그 책을 여행에 들고 가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프라하만큼은 친구들에게 여행 코스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까지도 가이드해 주었습니다. 지금은 책에서 읽었던 것들이 희미해졌지만, 책을 읽고 프라하에 가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느꼈던 경험만큼은 아직도 살아있습니다. 《프라하 이야기》를 읽고 프라하에 다녀온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책을 버리지 못하고 책장에 고이 꽂아두었습니다. 종종 펼쳐보면 프라하에서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저에게 프라하는 수많은 여행지 중 하나가 아니라 제대로 공부하고 떠났던, 그래서 아는 만큼 많이 보고 온 첫 번째 해외여행지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싱가포르 건축 여행》을 읽었습니다. 싱가포르 최초의 한국어 워킹투어 회사 '비비시스터즈 워킹투어'를 차린 비비시스터즈가 낸 책입니다. 1장에서는 싱가포르의 역사를 설명합니다. 싱가포르의 탄생부터 독립,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게 된 배경까지 아주 흥미롭습니다. 2장부터 11장까지는 올드시티, 마리나베이일대, 차이나타운 등 싱가포르의 광광지를 구역별로 나누어 이름의 뜻부터 건축물에 얽힌 문화와 역사, 관광포인트까지 세세하게 짚어줍니다. 마지막 12장에서는 싱가포르 현지인이 사는 주거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싱가포르의 역사에 대해 알고 나니 더 쉽게, 더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 일정을 계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왜 멀라이언이 싱가포르를 대표할까?
멀라이언은 mermaid와 lion이 합쳐진 말입니다. 어떻게 사자와 물고기의 조합이 탄생한 것일까요?
이를 알아보려면 싱가포르라는 나라 이름이 '사자의 도시'를 뜻하는 이유부터 알아보아야 합니다. 말레이 반도 끝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 싱가포르는 약 700년 전에는 '테마섹'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역사서에 담긴 오랜 전설에 따르면, 1299년 수마트라 섬에는 상닐우타마라는 왕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왕자는 사냥을 떠났다가 바다 건너 보이는 예쁜 섬 테마섹을 발견합니다. 테마섹을 둘러보던 중 붉은색 몸통에 검은색 머리를 한 희한한 동물을 발견하고 이 동물을 사자로 추측합니다. 당시 사자는 왕족을 뜻하는 좋은 징조였기 때문에 왕자는 이곳에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나라의 이름을 '싱가푸라'로 정합니다. 산스크리트어로 '싱가'는 사자, '푸라'는 도시를 뜻한다고 합니다.
물고기는 싱가포르의 옛 이름, 테마섹에서 왔습니다. 테마섹은 '바다 마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멀라이언의 물고기 모양 몸통은 바닷가 마을이었던 싱가포르의 옛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런 멀라이언은 1964년 싱가포르 관광청 로고로 만들어졌습니다. 1972년에는 싱가포르 조각가 림남생이 높이 8m의 멀라이언 동상을 제작하였고, 이 동상이 지금의 멀라이언 파크에 있습니다. 멀라이언 동상은 창이 공항이 있는 동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에 오는 사람들을 환영하기 위함입니다. 싱가포르에 여행 가서 멀라이언 동상을 볼 때면 싱가포르의 역사가 떠오르고 저를 환영해주는 멀라이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 것 같습니다.
3. 왜 여기저기 래플즈 이름이 붙었을까?
싱가포르 여행 중 머무를 호텔을 검색하던 중 래플즈 호텔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가격 문제로 결국 호텔은 다른 곳으로 예약하면서 래플즈 호텔은 왜 오래되었는데도 가격이 높으며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명성을 유지해왔는지 궁금했습니다. 또, 래플즈 호텔 외에도 래플즈 플레이스역, 래플즈 동상, 래플즈 시티(쇼핑몰)가 있다는 것을 알고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영국 동인도 회사의 직원 스탬포드 래플즈경은 싱가포르가 동서양을 잇는 거점에 위치하여 영국의 새로운 항구로 만들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싱가포르를 통치하던 조호 왕국의 술탄은 이미 영국과 라이벌이었던 네덜란드와 협력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영국이 항구를 세우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래플즈경은 포기하지 않고 과거 왕위 다툼에서 밀린 큰아들 후세인 왕자를 찾아 새로운 술탕으로 세웁니다. 새로운 술탄 후세인과의 조약으로 1819년 래플즈경은 싱가포르에 무역항구를 세웁니다.
싱가포르는 수많은 상인들이 오가는 무역항으로 발전하여, 유럽인, 중국인, 말레이인 인도인 등 다양한 민족들이 모였습니다. 1922년 말 래플즈경은 싱가포르의 주요 지역을 기능별, 민족별로 구획을 나누는 타운 플랜을 세웠습니다. 싱가포르의 한정된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이민자들 사이의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현재는 싱가포르 정부에서 민족별로 나누어져서 살기보다는 서로 다른 민족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차이나타운, 브라스바사, 부기스, 캄퐁글람, 리틀인디아 이름이 남아있고 그곳마다 각각 다른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래플즈는 싱가포르에 1년도 채 머무르지 않았지만, 래플즈의 업적은 현재 싱가포르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래플즈경은 지금까지도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싱가포르가 엄청난 계획도시라는 것도, 외국인이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주관적인 추천지수: ★★★★☆ (싱가포르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꼭 추천)
별 5개: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
별 3~4개: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
별 2개: 굳이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
별 1개: 나쁜 책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